일상의 행복

감동이었던 한옥 카페 - 예동 갤러리

xodasoo 2023. 9. 29. 16:15

자기개발을 위해 시작한 블로그이지만 1일 1 포스팅을 하고 있어서 벌써 애착이 생겨버렸다. 일기처럼 쓰게 되는 건 아닌가 몰라..

아무튼 추석 연휴에 본가에 내려오면서 할머니와 엄마랑 함께 갔던 카페가 너무 좋았어서 블로그에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철마에서 소고기를 먹고 엄마가 꼭 가볼만한 카페가 있다고 하셨는데 다만 커피값이 한잔에 15000원하니 자주는 못 간다고 하시길래 커피 값을 잘못 기억하신 게 아니냐라고 하고 일단 향했다. 

 

 

길을 가다가 차에서 찍은 너무 귀여운 풍경. 할머니가 저기는 허수아비가 왜 저렇게 많냐고 하셔서 보아하니 주말농장처럼 구획을 작게 잡아 각자의 영역을 표시한건지 밭의 동일 구역에 형형색색의 허수아비가 여럿이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날이 흐렸지만 꼿꼿이 서 있는 알록달록한 허수아비와 잘 어우러지게 담긴 사진이다. 두 번째 사진은 내가 좋아하는 서정적인 마을의 풍경 st라 같이 업로드.

 

 

도착 후 차에서 내리니 보이는 풍경이 예술이었다. 추수할 시기가 다 되어 벼가 노랗게 익은 모습을 보고 정말 가을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을은 이미 왔는데 내가 이제 알아차린걸까

 

갤러리에 들어가는 길목이 정말 고즈넉하고 잔잔한 매력이 넘치는 곳이다. 

갤러리 입구는 마치..비밀 정원에 들어가는 듯한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보여주는데 안타깝게도 카페로 가는 길목이 가파르다. 

혹여나 무릎이 안 좋거나 몸이 불편하신 분과 동행한다면 카페에 미리 전화해서 대문을 열어줄 수 있냐고 양해를 구하면 된다. 

이제부터는 별말이 필요 없다. 사진으로만 봐도 짐작할 수 있는 이 곳만의 매력...

아홉산숲이라고 개인의 사유지?인듯 한데 숲 앞쪽에 해당 갤러리가 위치해 있어서 사람도 많지 않고 카페 정원 너머로 보이는 풍경도 전부 마운틴 뷰이다. 한옥 위치도 있으나 정자도 두 군데? 정도 있고 아주 작은 연못도 있어서 한껏 여유로우나 정갈하고 멋스럽다. 

좌) 카페 들어가는 길목, 우) 카페 내부에서 바라본 카페 정원

 

할머니, 엄마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 데이트를 하는 건 처음이어서 정말 소중한 날이었다. 그래서 모든 걸 담고 싶어서 이때부터는 영상으로 촬영을 해서 카페만 집중적으로 찍은 사진은 별로 없다. 엄마와 할머니의 뒷모습이 사진에 등장할테지만 내 눈에는 풍경보다 더 아름다운 장면이니 함께 업로드해야지. 

 

작은 연못과 어우러지는 한옥. 연못 위가 정자인 줄 알았는데 이 사진을 다시 보니 한옥과 이어진 구간이었다.

우리가 자리 잡은 곳은 조용한 방이었다. 담벼락 너머로는 산이었고 반대편은 카페 정원이 보이는 풍경. 선선한 바람이 불면서 나무가 스치는 소리가 나는데 카페 배경음악 없어도 완벽했다. 

우측 사진은 연못 바로 위에 위치한 좌석. 여기는 테이블 2개가 위치하고 있어 사람이 많을 시 좀 시끄러울 수 있을 것 같다. 

자리를 잡으니 보이는 메뉴판. 드디어 올 것이 왔다. 그리고 웬걸, 정말 가장 싼 커피 값이 14,000원이다. 이왕 여기까지 왔는데 가장 싼 아메리카노를 먹고 싶지가 않아서 엄마와 같이 무려 18,000원짜리 드립 커피를 시키고 할머니를 위해선 당근생강주스를 시켰다. 파래 센베이 (옛날 과자 3조각? 3000원)를 같이 시켜서 나온 금액은 55,000원. 자주 올 곳은 못 된다고 생각했으나.. 시킨 메뉴가 나온 걸 보고 여유만 된다면 자주 오고 싶은 곳으로 마음이 바뀌었다.

 

엄마의 그릇 사랑 덕분에 (비싼 취미) 고급진 포터리들을 많이 봤었고, 로얄 알버트는 한물 갔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3겹으로 나온 걸 보고 충격먹었다. 아니 커피 한 잔을 이렇게 고급스럽게 먹을 수 있다고? 패턴이 다소 큰 분홍색 장미를 싱글 잔으로만 봤다면 촌스럽다고 생각했을 것 같은데, 이렇게 세트로 있으니 다른 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집에 와서도 계속 아른거렸다던... 

할머니 걸로 시킨 당근 생강 주스도 정말 이쁘게 주셨는데 사진 찍는 걸 깜빡했다. 생강주스와 작은 송편 하나를 같이 곁들여주셨는데 송편을 플레이팅한 꽃잎모양 놋그릇이 정말 이뻐서 엄마와 놋그릇 주문 제작 사이트를 들어가서 봤다. 정말 이쁜 거 있으면 꼭 찾아보는 모녀 ㅋㅋ 연꽃 모양이고 끝 부분이 부드럽게 말려 들어가는 것처럼 디자인되었는데 결국 찾지 못했다고 한다... 

 

이 카페 공간과 그릇 예찬을 하다보니 포스팅이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다.. 사진만 여러장 올리고 가볍게 끝내려고 했는데 실패! 

셋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잘 나누고 집에 돌아가려는데 사장님이 몸이 불편한 할머니를 보고 대문을 열어주시겠다고 했다. (그래서 초반에 몸이 불편하면 사장님께 미리 양해를 구할 수 있단 걸 알게 됨)

돌담을 따라 둘레길을 내려가면 바로 주차장이 나오는데 그때 영상으로 남긴 사진들이 전부 아름답다. 이쁜 건 크게 봐야지. 

처음엔 좌측 하단의 물뿌리개가 거슬렸는데 오히려 귀여운 포인트로 남는 것 같다.
여기서 함께 찍힌 분홍색 들꽃?과 살짝 보이는 돌담이 이 사진을 완성해주는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앞으로도 가장 좋아할 사진. 종업원이 나가는 길을 알려주시고 엄마와 할머니가 손을 잡고 가는 모습이다. 

엄마와 할머니의 관계는 정말 존경스럽다. 이렇게 손을 아무렇지 않게 잡고 걸어다닐 수 있는 고부가 어디 있을까.

몸이 불편하신 할머니의 손을 소중한듯이 잡고 가는 엄마의 모습, 그런 엄마의 도움의 손길을 감사하며 꼭 쥐고 가는 할머니의 모습이 가슴이 먹먹할 정도로 아름답다! 

 

고기 먹으면서 할머니에게 틱틱거려서 반성했는데 이 모습만큼은 남긴 내 자신에게 아주 칭찬해야지. 

어느 누구에게는 가볍게 지나쳐버릴 일상 사진이지만 내겐 평생 두고 볼 소중한 사진

할머니가 조금이라도 걸어다닐 수 있으실 때 이렇게 많이 돌아다녀야겠다. 그래서 더 기록하고 남겨야지. 

 

 

주소 : 부산광역시 기장군 철마면 미동길 7-20


ps...

포터리 세트가 너무나도 아른거렸던 나는 집에 와서 엄마에게 우리 집에 있는 그릇 세트는 없냐고 물었다. 

그릇 부자 우리 엄마가 없을리가 없지. 

스타벅스 크리스마스 에디션으로 샀던 곰돌이 친구들도 데리고 와서 찍어본 우리집 포터리 세트.

나는 러시아 황실잔으로 유명한 임페리얼 포슬린(세번째)이 가장 이뻤는데 엄마는 토토로가 제일 좋다고 하신다 ㅋㅋ 취향이 시기에 따라 바뀌는데 내가 이런 걸 좋아할 줄이야! 

 

여유로운 연휴에 이렇게 포스팅을 써보니 뿌듯하다. 꼭 남기고 싶은 게 있을 땐 가끔씩 써줘야지

모두들 평안하고 행복한 한가위가 되었으면 좋겠다.